스테이블코인 규제 입법 본격화⋯한국의 대응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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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련호의 크립토 줌인] 美, 스테이블코인 규제 입법 본격화⋯한국의 대응 전략은?
[블록미디어 강련호 변호사] [블록미디어=강련호 변호사] 미국 의회가 지급결제용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포괄적 규제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본격적인 입법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 2월, 미국 상원과 하원에서는 각각 ‘지니어스액트(GENIUS Act of 2025)’와 ‘스테이블액트(STABLE Act of 2025)’라는 명칭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을 발의하며,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을 위한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 법안은 달러에 연동된 지급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을 규율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발행 자격과 인가 절차, 소비자 보호, 감독 체계 등 핵심적인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발행자 요건을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투명성을 강화하고, 금융 시스템 전반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된 방향성을 띤다.
상원에서는 공화당 소속 빌 해거티(Bill Hagerty) 의원이 지니어스액트(미국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국가 혁신 지침 및 확립법)를 대표 발의했으며, 팀 스콧, 신시아 루미스, 커스틴 질리브랜드 의원 등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이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 일대일 비율로 준비자산 유지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지급 또는 결제를 목적으로 고정된 금전적 가치에 연동되는 디지털 자산으로 지급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을 정의하고, 인가 절차를 통해 발행 자격을 부여하도록 규정했다.
하원에서는 프렌치 힐(French Hill) 의원과 브라이언 스테일(Bryan Steil) 의원이 공동으로 스테이블액트(더 나은 원장 경제를 위한 스테이블코인 투명성 및 책임성 법안)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비은행 기관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공식 허용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 대한 감독 권한을 통화감독청(OCC)에 부여한다는 점에서 지니어스액트와 차별화된다. 이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보다는 OCC 중심의 규제 체계를 지향하는 것으로, 비은행권의 시장 참여 확대를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양 법안 모두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을 △미국 달러 △단기 국채 △은행 잔고 및 중앙은행 준비예치금과 연계된 환매조건부채권 등으로 한정하고, 장기 국채나 회사채 등 위험자산은 배제하고 있다. 다만 하원 발의안에서는 일부 항목에서 준비자산 범위에 차이를 두고 있다.
이 밖에도 인가를 받은 발행자만이 법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으며, 발행 규모에 따라 차등적인 감독 체계를 도입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발행자는 연준과 OCC의 감독을 받게 되며, 소규모 발행자의 경우 주 정부의 규제를 적용받도록 해 규제의 유연성을 확보했다. 하원 법안은 발행 규모에 따른 기준 없이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는 발행량에 상응하는 준비자산을 일대일로 확보하고, 이를 운영 자금과 분리하여 관리해야 하며, 준비자산은 다른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된다. 또 매월 준비자산의 구성 및 규모를 공개하고, 관련 보고서를 당국에 제출해야 하는 등 강도 높은 정보 공개 의무도 부과된다.
아울러 고객확인(KYC) 등 자금세탁방지 의무 준수를 명시해 스테이블코인을 명확한 규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연준과 OCC가 감독 권한을 갖는 체계도 마련됐다. 특히 지급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이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법적으로 명시해, 증권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투자 수단이 아닌 ‘지급 수단’으로 기능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미국 의회의 입법 움직임은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의 규제 명확화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디지털 금융 혁신의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최근 페이팔(PayPal), 로빈후드(Robinhood), 리플랩스(Ripple Labs) 등 주요 기업이 잇따라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서, 시장 신뢰 확보와 리스크 방지를 위한 법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이에 대응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입법은 단순한 금융 규제 수준을 넘어 디지털 통화 시대의 글로벌 금융 질서 재편을 겨냥한 전략적 선택이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나라에도 몇 가지 중대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첫째, 한국은 아직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법적 정의나 분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자본시장법, 전자금융거래법, 특정금융정보법 등이 중첩 적용될 수 있는 구조로, 법적 해석의 혼란과 규제 공백이 존재한다. 미국처럼 ‘지급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을 별도로 정의하고, 증권 규제에서 제외하는 등 용도 기반의 규율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둘째, 미국은 비은행 기관의 스테이블코인 발행도 공식적으로 허용하되, 엄격한 인가 및 감독 기준을 적용해 위험 통제와 혁신 장려의 균형을 도모하고 있다. 한국 역시 스테이블코인의 민간 발행을 전면 차단하기보다는 위험 기반의 규제 프레임워크 하에 제도권 수용 방안을 적극 검토할 시점이다.
셋째, 디지털 자산 산업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법·제도는 상대적으로 뒤처지기 쉽다. 미국이 규모나 위험도에 따라 차등 적용 가능한 유연한 규제 체계를 구축한 것처럼, 한국도 일률적 규제보다는 맞춤형 감독 체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이번 입법은 디지털 자산 시장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지정학적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역시 스테이블코인을 단지 규제의 대상으로 보기보다, 미래 금융의 핵심 인프라로 인식하고, 선제적이고 정교한 규제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할 시점이다.
출처: 블록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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